Poem&Essay 123

4월 비빔밥 ... 박남수 詩

4월 비빔밥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박남수·시인, 1918-1994) 해마다 4월이 오면 꺼내어 읖조려 보는 詩다 햇살 한 줌 새순 몇 잎 잔잔한 바람 한 큰술 산목련향은 두방울 그리고 . . . 사랑 한 스푼.....♡ 어릴 때는 고추장과 참기름의 고소한 향 때문에 비빔밥을 좋아했는데 나이 들어 갈수록 나물 본래의 맛에 감동하게 된다 오이냉국은 아직 이르고 봄내음 가득 냉이 달래 된장국? 맑은 콩나물국도 좋겠다..!

Poem&Essay 2022.04.02

비오는 날 ... 천양희 詩

비오는 날 ... 천양희 詩 잠실 롯데백화점 계단을 오르면서 문득 괴테를 생각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생각한다 베르테르가 그토록 사랑한 롯데가 백화점이 되어 있다 그 백화점에서 바겐세일하는 실크옷 한벌을 샀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친구의 승용차 소나타Ⅲ를 타면서 문득 베토벤을 생각한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3악장을 생각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한 소나타가 자동차가 되어 있다 그 자동차로 강변을 달렸다 비가 오고 있었다 무릎 세우고 그 위에 얼굴을 묻은 여자 고흐의 그림 '슬픔'을 생각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슬픔'이 어느새 내 슬픔이 되어 있다 그 슬픔으로 하루를 견뎠다 비가 오고 있었다 백건우님의 연주로 베토벤 월광 3악장을 듣는다 노연주가의 열정에 짙은 감동이 올라온다 창밖 간간히 들리는..

Poem&Essay 2022.03.26

이 비(雨)가 당신의 마음까지도 씻어주길....

음악도 비처럼 가슴을 적시고... 비가 오는 날은 일단 마음부터 단속할 일이다.....! Rain...임영웅 노래 오늘도 이 비는 그치지 않아 모두 어디서 흘러오는 건지... 창 밖으로 출렁이던, 헤드라잇 강물도 갈 곳을 잃은채 울먹이고... 자동 응답기의 공허한 시간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기다림은 방한 구석, 잊혀진 화초처럼 조금씩 시들어 고개 숙여가고...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줄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모든 흔적 지웠다고 믿었지 그건 어리석은 착각이었어 이맘때쯤 네가 좋아한, 쏟아지는 비까진 나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걸...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준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하루하..

Poem&Essay 2022.03.19

봄의 정원으로 오라

봄의 정원으로 오라 Meviana Jalaluddin Rumi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 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 Come to the garden in spring There’s wine and sweethearts in the pomegranate blossoms. If you do not come, these do not matter. If you do come, these do not matter.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을 들으면 어떤 감정이 드세요? 나는... 봄...봄처럼 따뜻하다 "서른, 아홉"이라는 드라마에서 여러번의 파양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꼬마 미조가 낮잠 중에 ..

Poem&Essay 2022.03.18

봄 비 ... 양광모 詩

봄 비 ... 양광모 詩 ━━━━━━━━━━━━━━━━━━ 심장에 맞지 않아도 사랑에 빠져 버리는 천만 개의 화살 그대 피하지 못하리 양광모 詩集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 中에서 ☆... 심장에 맞지 않아도 그대 피하지 못하리 . . .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雨)비가 내린다 좀 더 일찍 오지 왜 이제 왔는냐고 따져 묻고 싶지만 깊은 상채기를 남긴 숲과 나무들에게 이제 괜찮다 라고 촉촉한 위로를 보내는 봄비... 자연은 스스로 치유할 것이지만 우리는 또 얼마나 큰 희생과 아픔을 치뤄야 할는지... 작은 기부로 마음의 짐을 덜어내려는 손이 부끄럽다 "범사에 감사하라" 는 말씀이 떠오르는 밤이다 . . .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히..

Poem&Essay 2022.03.14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

내 마음 깊은 곳으로 가만가만 빛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 인생은 빌린 배와 같아 나는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오르다 언제 이 작은 배를 돌려주게 될까 언제 한 점 미소로 은하수를 타고 돌아갈까 - 박노해 - 사진 Burma, 2011. *사막의 순례자 테오도르 모노에게 따옴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Poem&Essay 2022.02.18

위로...Good bye last winter days and snows

Good bye last winter days and snows . . . 위 로 당신 이마에 손을 얹는다.당신, 참 열심히 살았다. 내 이마에도 손을 얹어다오. 한 사람이 자신의 지문을 다른 이의 이마에 새기며 위로하는 그 순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떨어져 나가고거품처럼 들끓는 욕망에 휘둘리느라제대로 누려 보지 못한 침묵이우리를 품어 주리라.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출처: 정희재 ...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中에서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로마서 5:5) And hope do..

Poem&Essay 2022.02.18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詩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詩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리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침묵으로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아가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바람은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강물은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전도서1:6~7) The wind blow..

Poem&Essay 2022.01.30

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 박남준 詩

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 박남준 詩 그렇게 저녁이 온다 이상한 푸른 빛들이 밀려오는 그 무렵 나무들의 푸른 빛은 극에 이르기 시작한다 바로 어둠이 오기 전 너무나도 아득해서 가까운 혹은 먼 겹겹의 산 능선 그 산빛과도 같은 우울한 블루 이제 푸른 빛은 더이상 위안이 아니다 그 저녁 무렵이면 나무들의 숲 보이지 않는 뿌리들의 가지들로 부터 울려나오는 노래가 있다 귀기울이면 오랜 나무들의.. 고요한 것들 속에는 텅 비어 울리는 소리가 있다 그떄마다 엄습하며 내 무릎을 꺾는 흑백의 시간의 것이 회한이라는 것인지 산다는 것은 이렇게도 흔들리는 것인가 이 완강한 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나는 길들여졌으므로 그의 상처가 나의 무덤이 되었다 검은 나무에 다가갔다 첼로의 가장 낮고 무거운 현이 가슴을 베었다 텅..

Poem&Essay 2021.12.30

겨울 숲에서 ... 안도현 詩

겨울 숲에서 ... 안도현 詩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 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 것 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 사방 가슴 벅..

Poem&Essay 202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