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 은은한 달밤에 탁상에 앉아 저물어 가는 하루를 붙잡고 있었다 오고 가는 술 한 잔에 친구는 쓰라렸고 달빛의 조명에도 쉽게 슬펐다 배운 말은 많은데 위로해줄 언어가 없었다 단지 취할 뿐이었다 돌아가는 친구의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배춧잎 몇 장을 넣었다 친구가 떠난 자리는 공허하고 추웠다 무심결에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지금은 없어야 할 배춧잎이 있었다 그때, 그날 아버지도 내가 슬펐나 보다 (p.19) ▶ 무게 오늘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행복을 떠올리다 아련한 사람들을 그린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짊어져야 한다는 ‘무게’의 다른 표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하나라도 덜고 싶지만 무엇 하나 놓을 수 없음에 가슴이 아프다 (p.54) ▶ 어른이 된다는 건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