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름다운 부부의 사랑과 情이 묻어나는 詩 두편....
내가 존경하는 나태주 할아버지 시인의 아내를 향한 詩와 부인의 화답글이다
나태주 시인의 아내를 향한 시 ... 하느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시인은 1945년 3월 17일 충남 서천 출생.
『새여울』, 『서세루』 동인으로 활동하였고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그는 전통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신비로움, 미묘함, 삶의 정경, 인정과 사랑의 연연함 등을 노래하였다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력과 사색, 천진하고 참신한 착상 등이 그의 시를 지배하는 원리이다
흙의 문학상, 충청남도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나태주 시인은 한때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았었다
병석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자신보다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컸기에 그 마음을 하느님께 하소연하며
기도하는 내용의 시를 마지막 편지처럼 썼다
그리고 아내는 그 시에 답장을 썼다
하느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詩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에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아내의 답글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의 값은 진주보다 더 하니라
그런 자의 남편의 마음은 그를 믿나니 산업이 핍절하지 아니하겠으며
그런 자는 살아 있는 동안에 그의 남편에게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지 아니하느니라
(잠언31:10~12)
A wife of noble character who can find? She is worth far more than rubies.
Her husband has full confidence in her and lacks nothing of value.
She brings him good, not harm, all the days of her life
(Proverbs 3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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