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Essay

적당한 거리는 얼마쯤일까

♡풀잎사랑♡ 2019. 3. 28. 09:00







와와~3월 책선물

적당한 거리는 얼마쯤일까



봄날이 완연한 때였다
엄마가 텃밭에다 무언가를 열심히 심고 있었다
어린 나는 호기심을 차참지 못하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 풀들은 다 뭐야?”
“풀이 아니라 이건 토마토 이건 고추고
이건 가지고 이건 오이 모종이지”
어린 내 눈엔 풀이나 체소 모종이나 그게 그거처럼 보였다


엄마는 널찍이 간격을 벌려 모종을 심었다
“엄마 왜 이렇게 멀리 심어? 애네들 심심하겠다”
엄마가 모종을 심다 말고 허리를 젖히고 웃었다
“가깝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란다 지금은 멀어서 외롭겠지만
나중에는 외려 고맙다고 그럴 걸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울 때쯤에는
너무 가까우면 다치고 상처를 입게 돼
햇볓과 바람이 드나들고 통하려면 사이가 적당하게 멀어져야 돼
그래야 마음껏 가지를 벌려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 수 있거든”


나는 그때 처음으로 상처란 말을 배웠다

나는 사람에게 상처받을 때마다 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관계가 힘들어질 때마다
그날로 돌아가 적당한 거리란 얼마쯤을 말하는 건지
엄마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좋으면 가까와지려고 애쓴다
멀어질까봐 꼭 붙든다 그렇게 가까와지면
가까운 만큼 아프게 되고 사랑한만큼 상처도 입는다
감정의 거리만큼 딱 그만큼 기쁘고 그립고 외롭고
버거운 것이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이다


당신과 나 나사이의 최적의 거리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당신과 나 사이에 천국과 지옥이 있고
서로에게 천국을 보여줄 지 지옥을 보여줄 지는
당신과 나의 마음에 달려 있다
서로의 마음에서 마음에 가 닿는 거리가
곧 천국까지의 거리란 걸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신이 봄날을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이유는
서로간에 적당한 거리를 재느라 때를 놓치지 말고
지금 당장 어떤 씨앗이라도 심으라는 뜻이다(33~36p) 



림태주 에세이 ... 관계의 물리학 中에서



정말 날이 더 가기전에

상치하고 꼬마토마토 깻잎 고추 모종 사러 종묘상에 가야겠다...^^*




프라하님~아름다운 음악 맙습니다~^^*





Beethoven Piano Concerto No.2 in B-flat major Op.19 "2.Adagio" piano Emil Gilels & Cleveland Orche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