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흰눈이 펑펑 내릴 것 같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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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정동이란 글이 들어간 모든 시와 수필 소설 노래 ..
하다못해 신문기사만 봐도
머릿속 기억들이 자동반사로 소환되고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뿌리에 대한 향수일 것이다
정동골목 ... 장만영 詩
얼마나 우쭐대며 다녔었나,
이 골목 정동길을.
해어진 교복을 입었지만
배움만이 나에겐 자랑이었다.
도서관 한구석 침침함 속에서
온종일 글을 읽다
돌아오는 황혼이면
무수한 피아노 소리 ...
피아노 소리 분수와 같이 눈부시더라.
그 무렵
나에겐 사랑하는 소녀 하나 없었건만
어딘가 내 아내 될 사람이 꼭 있을 것 같아
음악 소리에 젖은 가슴 위에
희망은 보름달처럼 둥긋이 떠올랐다.
그 후 이십 년
커어다란 노목(老木)이 서 있는 이 골목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기와담은
먼지 속에 예대로인데
지난 날의 소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오늘은 그 피아노 소리조차 들을 길 없구나.
덕수궁 돌담길에...
아직 남아있어요
언덕 밑 정동길에...
아직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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