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Essay

정동골목 ... 장만영 詩

♡풀잎사랑♡ 2019. 1. 9. 10:10




밖에 흰눈이 펑펑 내릴 것 같은 날

.

.

.


정동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정동이란 글이 들어간 모든 시와 수필 소설 노래 ..
하다못해 신문기사만 봐도
머릿속 기억들이 자동반사로 소환되고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뿌리에 대한 향수일 것이다







정동골목 ... 장만영



얼마나 우쭐대며 다녔었나,

이 골목 정동길을.

해어진 교복을 입었지만

배움만이 나에겐 자랑이었다.


도서관 한구석 침침함 속에서

온종일 글을 읽다

돌아오는 황혼이면

무수한 피아노 소리 ...

피아노 소리 분수와 같이 눈부시더라.


그 무렵

나에겐 사랑하는 소녀 하나 없었건만

어딘가 내 아내 될 사람이 꼭 있을 것 같아

음악 소리에 젖은 가슴 위에

희망은 보름달처럼 둥긋이 떠올랐다.


그 후 이십 년

커어다란 노목(老木)이 서 있는 이 골목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기와담은

먼지 속에 예대로인데


지난 날의 소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오늘은 그 피아노 소리조차 들을 길 없구나.






 

덕수궁 돌담길에...

                           아직 남아있어요

 

언덕 밑 정동길에...

                          아직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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