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Drama

사색케 하는 영화「다가오는 것들」

♡풀잎사랑♡ 2019. 10. 9. 10:30

 



슈베르트의 가곡 '물위에서 노래함' 을 듣다가

이 음악이 프랑스 영화 다가오는 것들('L' Avenir' :미래)의 ost임을 알게 되었다

오늘이 한글날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글의 아름다움에 새삼 감동하게 된다

'미래'라는 말보다 '다가오는 것들' 얼마나 감성적인가!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 리뷰만으로 벌써 가슴이 먹먹한...

어쩌면 와와를 보낸 이후의 공허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착한 와와 그리고 왕그니

어제 저녁에 다녀갔다

큰언니가 내게 해주는 것처럼

숙주나물 도토리묵 배추김치

맛있다는 건 다 싸주고도 또 줄게 없나 냉장고안을 이리저리 보다가

캠핑용 아이스박스에 레몬 두개를 더 집어 넣었다  

엄마랑 언니들이 바로 이런 마음이었겠지

스스로 뿌듯하고 또 울컥한다


한글날 휴일이라 푹 쉬고 싶을텐데

어제는 우리집, 오늘은 사돈댁에서 저녁을 먹을거란다

그래도 요즘애들은 참 영리하고 지혜롭다

영화구경을 하고 왕그니 머리깎고 저녁 해결하러 시댁에 갈거란다..ㅎ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서

철학적 사고와 양서 소개가 많이 나온다는 말에 벌써 가슴이 뛴다

꼭 보리라 결심하면서도

혹여 내용이 쓸쓸할까봐

아니 이미 그런 영화인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 가을이 가기전에 보기로 버킷리스트 주머니를 열었다


그런데 또 울컥

나혼자 보겠지

늘 와와하고 같이 읽고 보고 듣고 했던 것들을

이제 나혼자 하는데 익숙해져야겠지

물론 용호씨를 억지로 옆에 앉혀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하는 것은  

밝고 외향적인 그에게 일종의 고문임을 너무 잘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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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케 하는 영화「다가오는 것들」최 화 웅

 

    가을비가 계절의 정취를 잡는 지난 9월 마지막 수요일 영화의 전당을 찾았다. 영화를 통해 파리의 한 고등학교의 철학시간의 공개수업을 엿볼 수 있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때와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에게 고작 '가만히 있어라'고 했던 우리네 현실과는 너무 달랐다. 미아 한센-로브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에서는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시간에 아도르노, 루소, 파스칼, 호르크하이머, 레비나스 등 프랑스와 독일 철학자들의 책과 문장이 인용되고 철학적 사유를 통해 활발한 논쟁과 토론이 이어지고 노동정책과 파업에 대한 의사표명과 데모를 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철학을 교과과정에 포함시킨 프랑스의 인문학적 교육제도가 충격적이었고 한없는 부러웠다.

 

    주인공은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열정적인 선생님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다가오는 것들」에서 미아 한센-로브 감독의 연출과 50대 중반의 나타리(이자벨 위페르)의 뛰어난 연기력이 눈부신 영화였다. 그녀는 성인이 된 두 자녀의 엄마이자 동료철학교사인 남편의 아내, 그리고 집착이 강해 외로움을 타는 홀어머니의 딸로서 균형 잡힌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별거를 통보를 받게 된다. 그녀의 바쁜 일상에 예기치 못한 일들이 다가와 삶을 마구 흔들어놓는다. 나타리는 영화의 말미에 “행복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가 아니라 무언가를 진정으로 원하는 과정 속에 있다.”라고 말하듯 영화속에서는 학생들에게 영화관에서는 관객들에게 내 삶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삶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해서 인생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여기던 철학교사 나타리가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맞는다.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불륜을 고백한 남편, 학생들에게 교육은 교실이 아니라 사상의 실천을 위한 시위 현장에서 이루어진다며 학교에서는 연금개혁 반대시위에 동참한 학생들이 교사들의 출입을 막아서는 가운데 학생들이 교사의 권위에 맞서는 현실. 출판사는 그녀가 저술한 철학교과서의 표지를 젊은 독자의 취향에 맞게 바꾸려 한다. 자살소동을 피우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까만 고양이를 남겼다. 항상 곁에 머물거라 생각했던 아이들도, 남편과 엄마도 떠난 그녀에게 삶은 걷잡을 수 없게 흔들릴 것처럼 보인다.

 

    나타리에게는 나쁜 일이 한꺼번에 닥친다는 말처럼 악재가 겹쳤다. 그러나 주인공 나타리는 세상 모든 어머니이자 동시에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초상과도 같은 삶 속에서 일종의 자유를 느끼며 변화를 스스로 수용한다. 이별을 두려워하는 많은 여성들의 감정을 따뜻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담아내 감성이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나타리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상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지금껏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거예요.” 라면서 새로운 변화를 차분하게 받아들인다. 그 변화는 결국 그녀를 강하게 만들어준다. 가을에 만나는 감성 만점의 영화다.

 

    나타리는 애제자 파비앙이 조직한 대안 공동체에 잠시 머물면서 일탈을 꿈꾸지만 68세대로서 급진적인 운동에 참여한 적 있는 자신은 다소 회의적이다. 영화는 혁명을 원하는 젊은 세대와 균형을 지향하는 중장년층,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관찰적인 태도를 취한다. 대신 따뜻하고 휴머니즘적인 시선과 관심으로 확실성에서 불확실성으로, 확신에서 도래할 세계에 대한 수용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나타리의 미묘한 변화를 카메라가 따라간다. 나타리가 “역겨운 스탈린주의자”라고 독설을 내뱉거나 리뉴얼한 철학교과서의 표지가 M&M 초콜릿 같다고 비꼬는 장면, 죽은 어머니기 남긴 검은 고양이 알레고리 등 관련된 유머 또한 빼어나고 철학교사인 만큼 지적 토론과 아카데미에 대한 연기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칸, 베를린, 베니스까지 세계 3대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이자벨 위페르의 눈부신 열연과 올해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여 전 세계가 주목한 프랑스의 뉴 시네아스트, 미아 한센-러브 감독은 평소 “여성의 눈으로 세상의 삶으 바라본다.“는 소신과 함께 자신 주변의 삶과 관계를 영화로 만든다. 자신의 일상, 주위 사람들의 일상의 이야기가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미아 한센-러브 감독은 “남자들이 만든 영화는 그냥 영화이지만 여성들이 만든 영화는 늘 ‘여성영화’라는 딱지가 붙는다고 항변한다. 무엇보다 영화「다가오는 것들」은 철학이 필수과목인 프랑스의 고등교육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소중한 영화였다. 나탈리는 학생들에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 “진리는 어떻게 확정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은 각자의 의견을 말한다. 아까운 시간에 좋은 영화를 골라봐야 겠다.

 





'L' Avenir' [2016] Soundtrack: Franz Schubert's Auf dem Wasser zu singen by D. Fischer-Dieskau  

https://youtu.be/m-jwCVMLQj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