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Essay

9월을 보내며,,,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풀잎사랑♡ 2019. 9. 30. 21:21




9월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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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흔히 나누는 인삿말...

잘지내죠? 잘지냈나요?

오늘은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사랑과 연민의 눈을 내게로... 가슴속 깊은 곳으로...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삶과 사랑의 리얼리티를 예민한 감성으로 포착하는 작가 최갑수

인생과 외로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포토 에세이

여행과 마음 따뜻해지는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 온
저자 최갑수가 이번 책에서는 나의 지친 몸을 쉬게 하기 위해서,
여리디 여린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지친 날들을 보듬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다.
인생의 숙명인 외로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며,
광폭한 바다 앞에 홀로 서서 우리의 생과 삶의 리얼리티에 대해,
그 맹목적이고 본능적인 것에 대해, 세월의 덧없음에 대해 생각한다.

 

작가는 말한다.

시간은, 추억은, 세월은 분명 연속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우리는 인생의 부분을 건너뛰며 살고 있다고,
선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점 위에 우두커니 서 있다고,
그리고 어느 순간 징검다리를 건너듯 다른 점으로 훌쩍 건너간다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포토 에세이를 통해
그는 묻는다.

 

"당신의 인생은 잘 지내고 있나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어차피 시간은 기차처럼 지나가 버릴 테니까.
걱정과 나쁜 기억을 싣고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버릴 테니까.
그리고 네 옆엔 내가 있잖아.
난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는 걸.

한숨 푹 자도록 해.
땅 속 깊이 묻어 놓은 꽃씨처럼.
자고 나면 네 어깨 위에는 따스한 햇빛이 내려앉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을 거야.

 

 

 

 

 오늘부터는


'파이팅'같은 건 하지 말자.
그런 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을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오늘부터는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하면서,
갖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가지면서,
생각하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면서...

 

가령, 10년 전 당신과 함께 눈을 맞던 저녁의 그 골목,
꼭 갖고 싶었던 필름 카메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두었던 노란 커피포트,
우리가 조용히 어깨를 기대로 바라보았던 지난 6월의 노을,
언젠가 꼭 가게 될 거라고 예감했던
지도 위의 어느 작은 도시같은 것들.

 

아, 아무튼 이런 것들, 오늘부터는 이런 것들 조금씩 생각하면서,
하나씩 해 가면서 살자. 그러자

 

 



 

 가을 빛으로 물드는 사랑

 

사랑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사랑 앞에만 서면 두근거리는지,
여행이 고달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배낭을 꾸리고 길을 나서는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에 기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여행은 힘없고,
새로 시작하고 싶고 그럴 때,
멀리 떠나고 싶은 것.'?

아마 사랑도 마찬가지겠지.
 
 



 
나이가 든다는 건

 

'좋아'가 아니라 '나쁘지 않아'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에게 가슴 아픈 말을 했을 때보다
교통법규를 어겼을 때,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
더 큰 죄책감을 느낀다.

당신은 그저 나의 습관.
이건 내 책임이 아니야. 어쩔 수 없었어.
설렘이 사라진다.
문제는 그거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고

 

수첩에 메모를 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낯선 곳에서 잠을 자고
두고 온 사람에게 엽서를 쓰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를 지켜주는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하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어깨를 빌려주기도 하고
그러다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생을 향한 나의 고단한 로맨스

인생은 어쩌면 이게 전부일 수도 있다고..

 

 





 
사랑이라고 하면

 

우습고 생활이라고 하기에는 구차하고.....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에서 보았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하는 것처럼

    품위를 손상시키고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언제 우리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며 사랑하던 때가 있었던가.

        그랬다면 우리는 충분히 훌륭한 인간이었을 것을......

 

 



 

우리가

 

 여행을 감행하기 위해서 거창하고 명확한 명분을 만들 이유는 없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매듭이 풀어지지 않으면 풀지마 그냥 그대로 놔둬
매듭 하나때문에 우리 인생을 망칠 필요는 없잖아.

우리가 진정 두려워 해야하는건 하기 싫은 일을 하지않겠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굳이 맨 첫장부터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손이 자연스레 가는 방향에서

살며시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

그 지점이 당신이 읽으면 좋을 페이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