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다
더 여유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개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려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대송(對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울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Poem&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 박남준 詩 (0) | 2021.12.30 |
---|---|
겨울 숲에서 ... 안도현 詩 (0) | 2021.12.27 |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 김왕노 詩 (0) | 2021.11.18 |
일상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 ...신해숙 詩 (0) | 2021.11.16 |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詩 (0) | 2021.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