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젊은 날 내 인생의 멘토중의 한사람이었다
예리하고 섬세한 필력
세상과 불화하는 그의 아웃사이더 인생에 끌렸고
온몸의 살들은 다 공기중에 날려버린 듯
살점 하나없이 뼈만 앙상한 그의 육체가
진실한 生을 향한 절규인 것 같아 더욱 좋았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허(虛)와실(實)속에
그의 실제 인성과 삶이 낱낱이 벗겨지고
많이 실망하고 화도 나고 비난 아닌 비난도 하고
그런데 우리는 다 부족한 사람들
감히 누가 누구를 평가할 수 있을까
현재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1년 넘게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오가고 있으며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발병 전 이혼을 요구했지만 졸혼으로 합의, 이외수를 떠났던 그의 부인은
다시 그의 곁으로 와서 그를 간호하고 있다
질기고 질긴 것이 사람의 인연이고 부부의 情이 아닐까
내리는 비를 보며 잠시 생각의 늪에 빠져드는 雨中亂心....
비가 오면 몸에 밴 습관처럼
젤 먼저 떠오르는 그의 詩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시인이자 철학자 사회운동가였던 이외수
그에 대한 애증(愛憎)의 시간속에 비 ...
참 끝없이 내린다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 이외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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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히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 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비는 뼈 속을 적신다
뼈저린 그리움 때문에 죽어간 영혼들은 새가 된다
비가 내리는 날은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새들은 어디에서 날개를 접고
뼈저린 그리움을 달래고 있을까
비속에서는 시간이 정체된다
나는 도시를 방황한다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이 비는 그치지 않아
모두 어디서 흘러오는 건지...
창 밖으로 출렁이던, 헤드라잇 강물도
갈 곳을 잃은채 울먹이고...
자동 응답기의 공허한 시간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기다림은 방한 구석, 잊혀 진 화초처럼
조금씩 시들어 고개 숙여가고...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줄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모든 흔적 지웠다고 믿었지
그건 어리석은 착각이었어
이맘때쯤 네가 좋아한, 쏟아지는 비까진
나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걸...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준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하루하루 갈수록 더 조금씩
작아져만 가는 내게
너 영영 그치지 않을 빗줄기처럼
나의 마음 빈곳에 너의 이름을 아로새기네
너를 보고 싶어서
너를 보고 싶어서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
흘러내리게 해줬으니...
누가 이제 이 빗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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