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Essay

비(雨)....

♡풀잎사랑♡ 2021. 8. 13. 23:00

 

 

 

 

구월 ... 헤르만 헤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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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이 흐느끼고 있다
차디찬 빗방울이 꽃 속에 떨어진다
여름이 마지막을 향해
조용히 떨고 있다

잎새들은 하나둘 금빛 물방울이 되어
키 큰 아카시아 나무에서 떨어진다
죽어가는 정원의 꿈속에서
여름이 깜짝 놀라 피로한 미소를 띤다

오랫동안 장미곁에서 발길을 멈추고
아직 여름은 휴식을 그리워 하며
천천히 큼직한
피로의 눈을 감는다

 

 

 

 

며칠동안 내가 있는 시간에는 비가 많이 왔어요.
그렇다고 해서 비에 익숙해지면 곤란해요.
하늘이 높은 날, 대기의 호흡이
맑은 날이 되면 어찌할 바를 모를테니까요.
나는 들뜬 마음을 억누르면서
일부러 조금 쓸쓸해지려 해요.
걷잡을 수 없는 어떤 감정에 끌려가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황홀한 것들로부터 허겁지겁 도망을 쳐요.  
 
우리가 설명하고 해명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어요.  
 
마음을 꺼내어 보일 수 있다 해도,
그건 꺼내는 그 순간 변질되어버리죠.
절절한 허구로 태어나, 무엇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고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다가,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 순간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고,
모든 것이 변해버리죠. 
 
나는 가끔 모든 것을 망각하려고 애를 쓰기도 하고,
가끔은 모든 것을 기억해내려고
무지개가 시작되는 곳까지 걸어가보기도 하지만,
사실 그 어느 쪽도 하지 말아야해요.  
 
그저 견디고 참고 버티는 것을
잘 할 수 있을때까지 연습하는 것.
그 외에는 의미가 없어요. 
 
우리의 뇌에서, 우리의 몸에서,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났다가 지워지는 일들은,
하나의 원자 안에서 일어나는 일만큼이나 복잡해요.
어려워요. 힘들어요.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다만 하나의 직관이 필요할 뿐.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아요.  
 
사랑에 대해, 미래에 대해, 오지 않은 것에 대해.
당신이 그러하듯이. 그러니 이제 나는 마음을 접어요.  
 
고요하게, 얌전하게, 다소곳이.
아무 것도 묻지않고, 궁금해하지도 않고,
나비가 날개를 접듯이.
숨을 죽이고 호흡을 멈춘 채
시간의 갈피안에 깃들어,
깊은 밤 깊은 꿈으로 가려고해요.  
 
마치 미래같은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PAPER ... 황경신 著

 

 

 

10년전 나는...

머리숱이 풍성하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황경신의 글에 열광하고

비(雨)를 좋아하고 

한결같이 고흐를 사랑하고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에 마음을 내려 놓고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