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Essay

그 섬에 내가 있었네.....김영갑

♡풀잎사랑♡ 2019. 3. 2. 23:00





마음을  울린





손바닥만한 창으로

내다 본 세상은

기적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내마음의 풍경



들판에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 있습니다.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찾아가 세상을 탓하고
나 자신을 탓합니다.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립니다.

하지만 들판은 한결같이 반갑게 저를 받아 줍니다.
그리고는 새들을 초대해 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풀벌레들을 초대해 반주(伴奏)를 하게 합니다.
구름과 안개를 초대해 강렬한 빛을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해와 달을 초대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줍니다.

눈, 비를 초대해 춤판을 벌이게 합니다.

새로운 희망을 보여줍니다.

마음이 평온할 때면 나는 그 들판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지냅니다.

마음이 불편해져야 그 들판을 생각합니다.

그래도 들판은 즐거운 축제의 무대를 어김없이 펼쳐 줍니다.

들판이 펼쳐 놓은 축제의 무대를 즐기다 보면 다시 기운이 납니다.

그 들판으로부터 받기만 할 뿐, 단 한번도 되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들판은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습니다.

대신 언제나, 나에게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나의 모습은 들판으로 나오기 전까지와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들판을 만나고 오는 날에는 잠자리가 편안합니다.

풀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바람이 지나는 길목, 풀과 나무들은 온갖 시련을 홀로 견디며 무성하게 자라납니다.
소, 말, 노루가 주는 시련은 그래도 괜찮습니다. 홍수가 나면 뿌리째 뽑혀 나갑니다.
가뭄이 계속되면 잎들이 다 말라 버립니다.

하지만 풀과 나무들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가뭄이 들면 홍수를, 혹서기에는 혹한기를 떠올리며 참아냅니다.
때가 되면 태풍이 옵니다.

태풍은 몸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어 놓고 떠나갑니다.






 
시작이 혼자였으니 끝도 혼자다
울음으로 시작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흙으로 돌아가, 나무가 되고 풀이 되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소망했다
대지의 흙은 아름다운 세상을 더 눈부시게 만드는 생명의 기운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양식이 떨어지는 것은 덤덤하게 넘길 수 있어도 필름과 인화지가
떨어지면 두렵다.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괴로움은 작업하며
견딜 수 있지만, 필름이 없어 작업을 못하는 서글픔만은 참지 못한다




...설날 여행 제주도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







바람 없는 맑은 날 바라보는 바다와, 맑고 파도가 거친 날 바라보는 바다가 똑같을 수는 없다

물때에 따라서도 바다의 느낌이 달라진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에서 바다를 보아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할 것 같은 평범한 풍경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풍경을 떠올리고
그 순간을 기다리다 보면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본다는 행위에도 육감이 동원돼야 한다
만져보고 느껴보고 들어보고 맡아보고 쳐다보고 난 후 종합적인 감동이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 찍는 사진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위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그 감동까지 함께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난 사진에 제목을 붙이는 것을 거부한다
설명할 수 있으면 글로 표현했을 것이다
설명할 수 없기에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하늘을 본다
습관적으로 무의식 중에도 하늘을 본다
별이나 달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름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기 위해 하늘을 본다
구름의 변화에 따라 내 마음도 달라진다
그렇게 구름의 변화를 쫓아 동분서주하며 섬에서 20년 세월을 보냈다
변화무쌍한 구름을 쫓아다니며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하며 긴 세월을 보냈다
어느 날 광풍같이 찾아온 루게릭을 몰고 온 구름 역시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죽음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언제까지나 당당하게 싸울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걸어갈 것이다
어느 날인가 태풍 루게릭을 몰고 온  먹장구름이 서서히 물러가기를
의연히 기다리리라.
태풍이 물러간 뒤의 파란 하늘과 고요...
그리고 평화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사진. 글 김영갑

Human & Books, 2004, 253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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