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울린 冊
손바닥만한 창으로
내다 본 세상은
기적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내마음의 풍경
들판에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 있습니다.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찾아가 세상을 탓하고
나 자신을 탓합니다.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립니다.
하지만 들판은 한결같이 반갑게 저를 받아 줍니다.
그리고는 새들을 초대해 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풀벌레들을 초대해 반주(伴奏)를 하게 합니다.
구름과 안개를 초대해 강렬한 빛을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해와 달을 초대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줍니다.
눈, 비를 초대해 춤판을 벌이게 합니다.
새로운 희망을 보여줍니다.
마음이 평온할 때면 나는 그 들판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지냅니다.
마음이 불편해져야 그 들판을 생각합니다.
그래도 들판은 즐거운 축제의 무대를 어김없이 펼쳐 줍니다.
들판이 펼쳐 놓은 축제의 무대를 즐기다 보면 다시 기운이 납니다.
그 들판으로부터 받기만 할 뿐, 단 한번도 되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들판은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습니다.
대신 언제나, 나에게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나의 모습은 들판으로 나오기 전까지와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들판을 만나고 오는 날에는 잠자리가 편안합니다.
풀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바람이 지나는 길목, 풀과 나무들은 온갖 시련을 홀로 견디며 무성하게 자라납니다.
소, 말, 노루가 주는 시련은 그래도 괜찮습니다. 홍수가 나면 뿌리째 뽑혀 나갑니다.
가뭄이 계속되면 잎들이 다 말라 버립니다.
하지만 풀과 나무들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가뭄이 들면 홍수를, 혹서기에는 혹한기를 떠올리며 참아냅니다.
때가 되면 태풍이 옵니다.
태풍은 몸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어 놓고 떠나갑니다.
떨어지면 두렵다.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괴로움은 작업하며
견딜 수 있지만, 필름이 없어 작업을 못하는 서글픔만은 참지 못한다
...설날 여행 제주도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
바람 없는 맑은 날 바라보는 바다와, 맑고 파도가 거친 날 바라보는 바다가 똑같을 수는 없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사진. 글 김영갑
Human & Books, 2004, 253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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