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Essay

기러기

♡풀잎사랑♡ 2019. 11. 30. 21:21








기러기 .... 메리 올리버(류시화 옮김)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참회하며 무릎으로 사막을 건너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의 육체 안에 있는 연약한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게 하면 된다.

너의 절망에 대해 말하라, 그럼 내 절망에 대하 말할 테니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빗방울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풀밭과 우거진 나무들 위로

산과 강 너머로

그러는 사이에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 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간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네가 상상하는 대로 자신을 드러내며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들뜬 목소리로

너에게 외친다.

이 세상 모든 것들 속에

너의 자리가 있다고.









Wild Geese  by Mary Oliver 




You do not have to be good. 

You do not have to walk on your knees 
for a hundred miles through the desert, repenting.
You only have to let the soft animal of your body 
love what it loves. 
Tell me about despair, yours, and I will tell you mine. 
Meanwhile the world goes on.
Meanwhile the sun and the clear pebbles of the rain
are moving across the landscapes,
over the prairies and the deep tree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Meanwhile the wild geese, high in the clean blue air,
are heading home again.
Whoever you are, no matter how lonely,
the world offers itself to your imagination,
calls to you like the wild geese, harsh and exciting—
over and over announcing your place
in the family of things.









은 시는 읽을 때 다른 시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이 시가 가진 현존의 힘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좋은 시는 걸음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게 하는 힘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현대 시인 중 한 명인

메리 올리버의 그 많은 시집들이 왜 한 권도 번역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시는 1999년에 내가 엮은 환경시집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에 처음 소개해

많이 애송되었으나 출판사 사정으로 얼마 후 절판되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부터 나의 작업실을 드나든 소설가 김연수가

이 시에서 제목을 딴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발표해 다시 알려졌다.

오늘 새벽, 이 시를 다시 번역했다.

좋은 시는 세월을 두고 다시 읽어도 언제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소통은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이해받기 위함이다.

그러나 꼭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소통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절망은 절망만이 이해할 수 있다.

세계는 내가 상상하는 대로 모습을 드러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안의 '여린 나'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게 하는 것이다.

 

류시화 시인의 페이스북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