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어령 선생님의 포스팅을 하겠다고 피상적인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무거운 소식을 올리게 될 줄이야...
이어령선생님에 대한 추억은 (물론 책을 통해서이지만...)
아주 어렸을 때 초등학교 2학년 쯤으로 기억한다
오빠들이 읽던 ‘흙속에 저바람속에’ 란 책을 통해 내게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아직 제대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아이였고 책 내용도 뜻도 모두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최초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문학에 눈뜰 때 쯤 선생님의 책을 찾아 읽었다
물론 200여권이 넘는 그분의 막대한 저서들 중에 내가 읽은 것은 내감성과 맞아 떨어지는 10여권에 불과하지만...
기적을 파는 백화점
사색의메아리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것이 한국이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젊은이여 어디로 가는가
지성의 오솔길
세계지성과의 대화
지성에서 영성으로
선생님이 전두환 그리고 노태우정권과 연을 맺고 정치? 에 발을 들여 놓고 부터
그때부터 내 관심도 멀어져 갔고 그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을 내 마음속에서 지웠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나 역시 지금은 젊은날의 열정과 순수함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도 내 생애 늘 책과 가까이 함은 아마도 선생님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나 싶다
종교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그분이 기독교를 받아드리고 세례를 받은 것
물론 따님 故 이민아 목사의 병과 죽음이 가장 큰 영향이었다고 ‘지성에서 영성으로 ’ 에서 본인 스스로도 고백했지만
내게는 또 한번의 강렬한 경험이었고 마치 내가족 일처럼 슬프지만 행복한 뉴스였다
힘내세요
부디 그 친구(암)에게 지지 마시고 조금만 더 우리 곁에 계셔서
생애 최고의 책... 유언 같은 책을 완성하고 싶으시다는 소망 꼭 이루시기를 기도합니다....
..뉴스기사 중에서...
이어령(85)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암투병 사실을 처음 고백했다.
암투병 중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이어령 교수의 모습에 감동 받았다는 누리꾼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령 교수는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병을 가진 걸 정식으로,
제대로 이야기 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라며 암 투병 중인 사실을 고백했다.
이어령 교수는 “의사가 내게 ‘암입니다’라고 했을 때 철렁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경천동지할 소식은 아니었다. 나는 절망하지 않았다”면서
“의사의 통보는 오히려 내게 남은 시간이 한정돼 있음을 일깨워주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를 받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석 달 혹은 여섯 달마다 병원에 가서 건강 체크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어령 교수는 “의사가 ‘당신 암이야’ 이랬을 때 나는 받아들였다.
육체도 나의 일부니까. 그래서 암과 싸우는 대신 병을 관찰하며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령 교수는 먼저 세상을 뜬 딸 고(故) 이민아 목사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고 이민아 목사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지난 2012년 3월 별세했다. 당시 나이 53세 였다.
이어령 교수는 “암이라는 말을 듣고 우리 딸도 당황하지 않았다.
수슬 없이 암을 받아들였다”면서 “애초에 삶과 죽음이 함께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는 (암이) 뉴스가 아니다.
그냥 알고 있는 거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령 교수는 “딸은 책을 두 권 쓰고 마지막 순간까지 강연했다.
딸에게는 죽음보다 더 높고 큰 비전이 있었다. 그런 비전이 암을, 죽음을 뛰어넘게 했다.
나에게도 과연 죽음이 두렵지 않을 만큼의 비전이 있을까 싶다”면서 “인간이 죽기 직전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유언이다.
유언은 머리와 가슴에 묻어두었던 생각이다. 내게 남은 시간 동안 유언 같은 책을 완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령 교수는 ‘이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비평가, 칼럼니스트, 소설가, 시인, 교수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으며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 교수는 1956년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개폐회식 무대 기획을 맡아, 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끈 바 있다. 1990년에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지성에게 영성으로’,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키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차 한 잔의 시상’ 등을 저술했다.
jwthe1104@mkinternet.com
새해를 여는 기도문
所願詩/이어령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 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는 자들의 키가 한치만 더 높아져도
그때는 천인단애의 나락입니다.
비상(非常)은 비상(飛翔)이기도 합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에 지친 서민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주눅들린 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 주시고.
진흙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 주소서
날게 하소서...
뒤쳐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을 입지 못한 사람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과 같은 날개를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가는 가족에게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 주소서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가며
대열을 이끌어 간다는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어느 소설의 마지막 대목처럼
지금 우리가 외치는
이 소원을 들어주소서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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